Criticism

껍데기에 환호하는 이 시대의 씁쓸함

Demain les chats 2011. 2. 23. 23:13

 

 

 

 

 

   인터넷을 하기가 무섭고 피로하다. 그 피로감과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해간다. 보이는 것만 추구하고 내면의 깊이는 없는듯한 이 시대의 사람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면 쏟아지는 대다수의 정보같지도 않은 정보들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천박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들 중 대표격이 '패션, 재벌, 맛집, 몸매, 다이어트, 얼짱, 여신, 돈, 성희롱'따위의 원초적인 것들이다. 왜 도대체 왜 그냥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저런 외형적인 것에, 치장거리에, 말초적인 것들에 시간을 바치는 것인가. '연예인 머리 크기'따위가 본인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화제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머리 큰 인간=우월하지 않은 인간'이란 공식이 생겨난 것인가. 언제부터 가수를 가창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를 하게 되었는가. 왜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기가 어려운 것인가.

   이 모두가 우리가 허상만을 찾아 겉돌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광고들, 소비를 부추기는 마케팅,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그에 끌려다니는 사람들까지. 인간의 자기과시욕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야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해왔지만, 지금만큼 거의 모두가 그 욕망을 따라가며 미칠 지경에 이른 경우는 드물지 싶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눈 의식하는 게 세계 최고다' 라고 말하는데 웃긴 소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일본인을 비롯, 중국 태국 등 아시아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살고 있는 유럽, 여기 사람들도 역겨울 정도로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좋은 차, 큰 집, 비싼 옷 등등 가지려고 안달하고 과시 과시 과시에, 가진자는 자만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남의 시선 신경 안쓰고 사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남과 나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느니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정말 비교하고 싶다면 인간됨됨이를 비교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작업을 위해 열어놓은 한 포털사이트의 대문에는 지금도 '공항패션'이 뉴스에 올라있다. 누군가의 화려한 스타일을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심리를 이용해 선정적인 기사와 문구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언론의 행태는 천박하다 할 만하다.

    심각한 뉴스에 천박하고 저질스러운 댓글들이 넘치고 '남성의 크기'를 어쩌구 저쩌구하는 걸레 발싸개같은 광고들이 시각공해를 일으킨다. 그 경망스러움에 그 천박함에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갑갑하다. 안 보면 된다고? 그런 말 하지 마시라. 뉴스거리 찾아서 읽는데 사이드 바에 떡하니 올려진 광고를 피하기가 쉬운가, 보고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것이 저런 5류 축에도 못 끼는 광고나부랭이들이니.

    훈훈하거나 알찬 정보도 소식도 사람도 찾아보면 수 없이 많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저 알맹이 없이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껍데기들. 언제가 되어야 '하의실종 종결자'같은 어처구니없는 기삿거리가 사라질까. 언제가 되어야 서로 자기 방식에 맞게 남 눈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게 될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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