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ism

종교는 정치다

Demain les chats 2014. 1. 15. 07:07

 

 

 

최근 불어학교 수업 도중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비웃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사건의 발단은 벨기에의 저명한 만화가 PHILIPPE GELUCK 가 <La Bible selon Le Chat>라는 작품에서 성경 속의 인물과 예수, 창조주 등을 비꼰 데서

시작되었다. 주인공인 고양이가 고대 로마식 복장으로 조물주 코스프레를 하고 침대에 술 취해서 누워 있고 옆에는 여자 속옷이 널려 있는... 그런 느낌.

 

기사를 읽고 분석하고 우리는 토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토론이라기보단 의견 피력이랄까. 아무튼 선생은 학생 하나하나에 당신 생각은 어떠냐 물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고 바꿀 수 없는 것-피부색, 출신국가, 장애 등등' 을 비웃는 것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허나, 종교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의견분열이 일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를 비웃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낸 건 나 혼자였다.

 

나는 무신론자다. 한 때 기독교신자였고(강제로), 현재는 토테미즘 비슷한 철학관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그렇기에 알라나 예수나 시바나, 나에겐 아무 의미 없는 소설 속 주인공이자 허구의 인물이며, 성경, 코란 따위는 그저 잘 팔리는 소설책에 지나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신'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서 재미나게 소설을 쓴 것은 그렇다 치고, 그것에 세뇌되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날 뿐이다. 아니 한숨 날 이유까지는 없지. 그들이 예수와 연애를 하건 알라를 아버지로 믿건 알 바 아니다.

전도한답시고 집에 찾아오고, 시끄럽게 확성기로 성경 읊어대고(한국), 내 아까운 시간 도둑질 하는 짓만 안 한다면 말이다.

 

다시 수업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신은 없고, 종교는 정치처럼 사람들을 선동하는 도구일 뿐이므로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 아니고,

정치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교도 얼마든지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슬림이거나 크리스챤.

나의 이 발언이 그들에게 '쇼크'였음은 두 말 할 나위 없었다.

 

혹자는 종교의 목적을 '수행과 절제를 통한 고도의 정신적 행위'니 뭐니 해가며 발벗고 방어하지만 글쎄?

수행과 끊임없는 탐구와 절제와 공부를 통한 정신적 행위가 종교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은 종교가 될 수 있다.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게 종교라고? 내게 위안을 주는 건 자연이요, 고양이니까 그럼 자연과 고양이가 내 신이 되겠구만?

타인을 사랑하는 게 목적이라고? 나는 타인 뿐 아니라 동물도 존중해서 고기도 안 먹는다.

세상을 만든 조물주니까 따라야 한다고? 개소리 집어 치워라.

 

종교는 손 쉽게 민중을 선동하고 통제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해 낸 정치적 도구이지 절대자라는 건 결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만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으면 벌 받는다고 협박하고 우매한 사람들 겁 주는 게 종교의 주된 일이다.

어차피 죽으면 끝인 목숨 사후에도 이어진다고 거짓부렁을 해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꾀어내 돈 뜯는 게 그 일이다.

1년 11개월 흥청망청 술먹고 담배 피고 겁탈하고 별짓거리 다 해도 '라마단'기간에만 혹은 기도하고 회개하고 금식하면 다 용서받는다 말하는 게 일이다.

신의 이름을 뒤집어 쓰고 전도라는 미명 하에 엄한 대륙에 쳐들어가서 원주민들 몰살하고 식민착취를 해대는 게 종교가 하는 일이다.

내 종교만 옳고 네 종교는 그르니까 너는 죽어야 한다며 타 종교인들을 배척하고 죽이는 게 종교의 일이다.

허구를 진실로 믿고 선택 받았다 지껄이면서 애꿎은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멍청하교 교활한 유대교놈들. 이게 종교가 하는 일이다.

여자는 열등하니 남자에 복종해야 한다며 깎아내리고 여자의 입지를 좁혀버리는 게 종교의 일이다.

목사가 신도들에게 이명박 찍어라 안 그러면 빨갱이다라고 선동질이나 하는 게 종교의 일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정치와 다른 점이 어디 한 군데라도 보이는가? 전혀!

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고 반대자들을 최대한 박멸하고자 하는 것.

종교는 정치고 정치는 종교다.

 

(서)유럽의 종교는 20세기 페미니즘 운동과 맞물려 급속도로 퇴색되기 시작해서 (이외의 여러 중요한 이유가 있지만) 지금 유럽의 중세교회들은 그냥

관광지로만 존재하지 신도들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양성평등과 자유, 첨단과학의 발전이라는 현대적 가치와, 근거도 없고 남여차별을 명시하는 성경 사이에

타협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밖의 많은 지역에는 아직도 종교쟁이들이 득시글거리며, 교파간 전쟁과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가 사는 2014년. 그레고리력으로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한다. 허구 인물의 탄생연도가 기준이 되어버린 어이없는 시간 계산 시스템.

서양 대부분의 나라는 '소설' 성경에 나오는 (이제는 그 의미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이런저런 이벤트로 휴일을 정하고 있다.

참...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만 받아들여야만 한다.

 

수업 내용이 계기가 되어...머리 속에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 봤다.

반박하고 싶은 종교쟁이들 손가락이 근질거려 미치겠지만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개나소나 기어들어와 내 집 더럽히는 것 못 참으니 댓글은 NO.

 

 

 

 

 

 

 

 

 

Belgiu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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