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쓰다

Demain les chats 2012. 2. 29. 20:44

 

 

 

1_고양이 보호소에 가는 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느 샌가 날아 든 비둘기 한 마리가 보인다. 절뚝절뚝.

왜 그럴까 유심히 바라봤다. 절뚝거리며 먹이를 구하는 녀석. 난 상처를 입은 이유를 찾아본다. 

두 발을 감고 있는 실...

한 발은 실에 칭칭 묶여 발가락이 꼬부라져 버렸고, 그 실이 두 다리 사이를 어지럽게 감아 결국 두 다리가 실에 엉켜버린 모양이었다.

빼내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실이 살 속까지 파고 든 듯 보였다.

저걸 잡아서 실을 풀어줄까, 어떻게 할까, 나 혼자 할 수 있으려나, 부리로 쪼는 건 아닐까, 어떻게 잡아야 하나, 가위도 없는데 엉킨 실을 어떻게 자르나,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한 와중에 버스가 와버렸고 버스를 타고 난 후에도 난 쓰디 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미안한 마음에, 또한 상처난 새를 바로 앞에 두고도 어쩌지를 못 하는 무능한 나 자신에 그렇게 속이 쓰린 순간을 견뎌야만 했다.

 

 

 

 

2_보호소 안. 

 

170마리의 고양이가 사는 벨기에의 한 고양이 보호소. 아픈냥, 싸움냥, 비만냥, 소심냥, 애정결핍냥 등등 정말 인간과 똑같이 다양한 게 냥이들의 성격이고 그 사회는 복잡하다.

작년 가을 쯤인가 입양을 갔다가 무슨 이유인지 파양되어 보호소로 돌아 온 녀석 Babar.

마음을 다친 충격때문인지 돌아온 후 줄곧 신경이 날카롭고 다른 아이들에게 싸움을 자주 건다.

저녁급식을 마치고 지하창고에 내려가 정리를 하려고 문을 열려는데 

바바르가 나를 따라온다.

열어줬다.

한참을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내보냈는데 문 밖에 다른 냥이가 있었나보다.

 

우.당.탕.탕

 

쿠.구.구.궁

 

퍽.쿵.쾅.쵕

 

뮈.야.오.올

 

일순간 난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니 두 녀석이 대치중.

사방팔방 털뭉치가 날아다니고...

 

바바르가 일을 낸 거다.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로 돌변해 다른 친구들을 무섭게 공격한다.

그걸 보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든 게 아니라 난 슬펐다.

우리 인간때문에 네가 그렇게 된 거야... 책임도 못 질 걸 데려갔다가 버렸으니까.

그래서 네가 상처를 받아 성격이 거칠어진 것이고.

 

눈치채지 못 하는 세상의 구석에서 동물들은 인간들에 의해 상처를 받고 그렇게 죽어간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인간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그들은 소리없이 그렇게 망가지고 죽고 있다.

 

동물이 불쌍하다고?

그렇다면 내 집에서 키우는 동물만 애지중지 위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에게도 그 마음을 나눠주길.

채식은 그것을 실천하는 쉬운 길이다. 동물보호단체나 시설에 기부를 하거나 봉사를 하는 것도 방법.

 

이래저래 쓴 맛이 강했던 오후였다.

 

 

 

 

 

 

                                                                                                                                         Belgiu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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