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성추행 당했다.

Demain les chats 2012. 3. 28. 06:19

 

 

기분이 엿같고 좆같다. 졸라게 더럽다.

내 인생 통틀어 벌써 6번째.

5번은 한국에서, 그리고 오늘 이 먼 이국땅에서 또 다른 한 번이 추가되었다.

 

솔직히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잊고 있다가 막상 당하고나니 너무 어이가 없고 화딱지가 난다.

이게 여자로서 인생을 사는 사람이 평생 짊어져야 하는 운명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염병할 경우를 더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짜증나................................................ 

 

남자라는 생물은 동서고금노소를 막론하고 왜 기회만 있으면 남의 여자 몸을 더듬지 못 해 안달들을 하는거냐.

본인들은 재미삼아 손을 놀려대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평생 지울 수 없는 치욕이 되리라는 것을 모르나? 정말 모르나?? 왜 모르나???

아주 신물이 난다 남자라는 것들에... (물론 내 남편은 제외하고)

 

뭐 같잖게 내 옷차림이나 행실 어쩌고 들먹이고 싶어하는 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딴 미친 개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길. 난 한국에서고 여기서고 클럽같은 데는 근처도 안 가봤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는 물론 안 하며 다 벗고 돌아다니지도 않았으니.

처음 보는 여자 함부로 만지는 것들이 미친 것들이지 당하는 여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 외에는.

 

 

#1

6~7살 때로 기억한다. 집 근처 초교 놀이터에서 친구랑 노는데 어떤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이름이 뭐냐 뭐가 뭐냐 물어보더니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팬티 속으로 손이 들어왔고 질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쑤셔댔다. 당시엔 몰랐지만 커서 돌이켜보니 그게 추행이었다. 첫 번 째 더러운 기억이다.

 

#2

고교시절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학교 담장을 따라 걷는데 뒤에서 후다닥 누가 달려와 뒤에서 덥석 나를 안았고 가슴을 만지고 도망쳤다. 근처 남고 교복을 입은 새끼들이었다.

 

#3

대학시절 귀가하는 길, 지하철 안이었고 전혀 붐비지 않았다. 한 늙은이가 내 옆에 와서 앉았고 아주 조금씩 티 안 나게 자기 팔을 내 팔에 부벼댔다. 여름이라 반팔을 입고 있었으니 그 노인네 하는 짓거리가 다 느껴졌는데, 상황이 명확한 추행이 아니었고 옆사람 팔에 닿는 경우가 많으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조금씩 움직이던 손은 급기야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어안이 벙벙해 뭐라 말 할 지도 몰랐고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렸다. '미친놈'이라고 쏘았지만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암튼...그게 최선이었다.

 

#4

역시 대학시절, 동네에서 길을 가는데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탄 젊은 남자새끼 두 명이 온다. 내 옆을 지나치는 순간 그 중 한 놈이 내 가슴을 만지면서 "미안합니다"하고 재빨리 페달을 밟아 달아났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다. 그저 어이가 없어 한동안 멍하니... 멀어지는 그 씹쌔들을 바라보며 이를 악 물밖에.

 

#5

한 번의 더러운 기억이 더 있는데 지하철 안이었는데... 정확하게 디테일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6

오늘이다. 벨기에 이 땅에서 벌어졌다. 버스 안이었고 한 백인 늙은이가 옆에 앉았다. 3번의 경우와 비슷하게 조금씩 티 안나게 움직였는데 역시 명확한 추행이 아니라 팔 닿는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뭔가 더러운 낌새는 나도 모르게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인상 좋은 늙은이가 설마...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내가 내리는 순간 그 육시랄 손이 내 사타구니를 스쳐갔다. 아주 노골적으로 스쳤다.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라 욕도 못 하고 재빨리 문으로 빠져나갔다.

이후 몰려오는 더럽고 씁쓸한 기분! 아아아아아아악!!!!!!!!!!!!!!!!!!!!! 저 늙은이 한두번 해 본 실력이 아니다. 아주 교묘하고 능수능란하게 일을 벌였다.

그렇게 여섯 번 째 더러운 기억이 생겨버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각없는 남자들은 말한다. 반항 안 하고 뭐 하냐고. 소리라도 질러야 하지 않냐, 좋아서 즐긴 거 아니냐 어쩌구 저쩌구~                

뭐어?!!!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쳐 지껄이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막상 저 상황이 되면 그저 '얼음'이 되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를 못 한다. 누군 정신이 나가서 당하고도 가만히 있나? 멍청해서 가만히 있냐 말이다. 자기한테 닥치는 일 아니라고 함부로 주둥이 및 손가락 놀려대지 마라. 뇌 없는 새끼들 같으니라고...

 

나에게 남자만큼의 물리적 힘이 있다면 아마 여러 번 살인 났을지도 모르겠다.

속이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남편의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그 화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세상에 미친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다행히도.

 

 

 

 

 

 

 

2012 어느 화창하지만 좆같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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