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이 컴백을 했다.
춤추려고 태어난 듯한 여자 '박가희'를 좋아하는 터라 그녀가 속한 그룹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팀에서 탈퇴했지만 아무튼)
그녀의 존재와 상관없이 이 그룹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가 뭔가 모를 자괴감이(?) 들었더랬다.
왜? 그녀들이 느므느므 말도 안 되게 날씬하니까. 그냥 날씬한 게 아니라 완벽할 정도로 균형잡힌 몸매를 소유하고 있으니까.
그 몸매들을 보고 있자니 참 부러워서 한 마디 나도 모르게 뱉었다.
"우와 몸매 진짜 부러워 미치겠고나"
그러자 S가 비디오를 슬쩍 보더니 말한다.
"저런 해골들은 싫어. 속옷 입고 뭐하니 쟤들. 난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예뻐"
그러면서 내 두 눈을 자기 손으로 가려버린다. 비디오 보지 말라는 소리다. 흐흐흐~
설령 빈말이라 해도 나를 최고라고 말해주는 S의 그 마음이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이 진심임을 잘 알고있다.
어느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눈물 나도록 멋진 남자, 내 남편.
사랑해요 S 미치도록.
우리 부부는 올 가을 한국여행을 간다.
벌써부터 들떠서 바닥난 인내심으로 출국날짜만 기다리는 S.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나에게 물어본다.
"와우, 낙산사가 굉장히 멋있는데 우리 설악산 갈 때 들를까?"
"그거 몇 년 전에 불 타서 없어졌어"
"??????????????!!!!!!!!!!!!!!!!!!!!!!!!!!!!!!!!!!!!!!!!!!!!!!!!!!!!!!!!!!!"
"지금 복구가 됐는지 모르겠네..."
"아니 왜?!!! 왜???!!!! 남대문도 불타 없어졌다고 했잖아. 이것도 불탔다고????"
".....끄응..."
"한국은 불타는 나라야ㅠ 왜 다 불타 없어지는 거야ㅠㅠ"
"내 말이...ㅠ"
노인을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주위의 나이 든 사람들과 -최소 60세 이상-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이래서 노인네들과는 말을 섞지 않아야 하는구나 느끼게 된다.
그들의 절대 특징은 [남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자기들 감정대로 하고싶은 말만 주구장창 내뱉는다.
타인의 이야기는 한 쪽 귀로 흘려버리는 건지 아예 듣기조차 안 하는 건지 하여간 소통불능이라 이 말이다.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터득한 나름의 방법인 걸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주장만 강요하는 게 최선이다고 배운 걸까?
미스테리다.
나도 늙으면 저리 될랑가...절대 그런 인간이 되고싶지는 않은데.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 개개인의 문제라고 믿고싶다.
Belgium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