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땅과 비와 해

Demain les chats 2012. 6. 8. 18:03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야 하겠지.

그러나

비가 온 뒤 해가 뜨지 않고 계속 비만 온다면 어떻게 될까.

지리하고 차가운 그 물방울이 몇 십년동안 쉬지 않고 떨어진다면.

눈과 태풍과 돌풍마저 끊임없이 몰아친다면.

땅은...

땅은 약해질대로 약해져서 주저앉고 내려앉아버릴 거야.

모든 영양소가 다 빠져나가서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사막이 되겠지.

설령

해가 뜬다고 한들

이미 무너져버린 지반은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

그 햇살을 어색하게 받아들이게 될 거야.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그렇게

그렇게 굳어지게 되는 거지.

 

햇빛을 어색해하는 땅을 조롱하지는 마.

상처입은 그 땅을 상처 났다는 이유로 욕하지는 마.

그 땅은 말이지

스스로 굳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테니까.

 

시간을 두고

다그치지 말고

그 땅이 진실로 강건하게 굳을 때까지

기다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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