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야 하겠지.
그러나
비가 온 뒤 해가 뜨지 않고 계속 비만 온다면 어떻게 될까.
지리하고 차가운 그 물방울이 몇 십년동안 쉬지 않고 떨어진다면.
눈과 태풍과 돌풍마저 끊임없이 몰아친다면.
땅은...
땅은 약해질대로 약해져서 주저앉고 내려앉아버릴 거야.
모든 영양소가 다 빠져나가서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사막이 되겠지.
설령
해가 뜬다고 한들
이미 무너져버린 지반은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
그 햇살을 어색하게 받아들이게 될 거야.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그렇게
그렇게 굳어지게 되는 거지.
햇빛을 어색해하는 땅을 조롱하지는 마.
상처입은 그 땅을 상처 났다는 이유로 욕하지는 마.
그 땅은 말이지
스스로 굳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테니까.
시간을 두고
다그치지 말고
그 땅이 진실로 강건하게 굳을 때까지
기다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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