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삶의 한 가운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상과 작별할 지 모르는 험난한 여정에 대한 사무치는 깨달음으로 인해
근래 들어 의식적 노력으로 만들어낸 습관이 하나 있다.
'S의 전화는 절대 놓치지 않고 받기'
S는 퇴근할 때 내게 전화를 한다. 우리 사이의 일종의 룰이다.
전에는 저녁 준비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보면 신호음을 못 듣고 놓치기가 다반사였는데
어느 순간 '각성'이란 걸 하고 나서는 전화를 꼭 응대한다.
요리를 할 때도 눈에 띄는 곳에 폰을 놓고 수시로 바라본다.
왜?
마지막 전화를 놓쳤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세상 일 누가 아는가. 사람 일을 누가 장담하냔 말이다.
당장 1분 앞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만약... 전화를 못 받았는데 오는 길에 사고가 나서 S가 죽었다고 상상을 해 본다. 상상한다는 자체도 싫지만 결코 배제할 수도 없는 경우의 수다.
그럴 경우...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것이고... 나는 평생 그 전화를 놓쳤다는 생각에 미치도록 자책하며 후회할거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나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전화가 오면 보고 싶다, 사랑한다 말한다.
매일 밤낮으로 보는 얼굴이지만 보고 싶다고,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건 진심이다.
난 가식 못 떠는 성격이므로 맘에 없는 말 하면 다~ 티 난다.
어쨌든... 혹시 설마 설령 만에 하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그의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난 오늘도 최선을 다 한다.
최선을 다 해 그와 가장 긴 여행을 함께 하고 있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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