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벨기에에서 운전면허 따기

Demain les chats 2014. 1. 29. 03:32

 

 

 

운전이란 것에 전혀 관심조차 없다가 어느 순간 핸들 잡아보겠다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S이다.

여행할 때 자주 차를 렌트하는데 운전 안 배운 나 때문에 그가 모든 거리를 다 커버해야 했으니 내 맘이 편치 않았기 때문.

이제 황무지 한 가운데를 곧게 뻗은 미국의 주간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미래의 나를 본다.

 

 

벨기에의 운전면허 취득 절차는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여기는 '운전면허연습장'이란 것이 없다. 그래서 핸들을 처음 잡는 순간부터 일반 도로로 나가 다른 운전자들과 섞이게 된다.  심장이 쫄깃!

 

면허를 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학원을 다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자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나는 전자를 따랐으므로 이 케이스를 이야기 한다.

 

간단히 보자면

- 이론 12시간 운전면허 학원에서 강습

- 실기 20시간 모니터 요원(선생)과 함께 주행

 

가격은 2013년 10월 기준으로 900유로(실기 1회-2시간-에 90유로/이론은 무료)이다

이론시험은 각자 알아서 시험센터에 가서 치른다. 총 50문제 중 41문제 이상을 맞혀야 통과. 나는 한 번에 합격했다.

 

이론시험을 통과하고 최소 지정시간인 20시간의 주행연습을 마치면 관할 구청에 가서 임시면허증(Permis Provisoire)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이 임시면허증으로 기존의 운전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운전이 가능한데, 차에는 무조건 '연습중(learning)'을 의미하는 'L' 마크를 붙여야 한다.

임시면허를 따고 정식면허를 따기까지 최소 3달은 의무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정식면허를 따기 위해 3개월동안 빡시게 연습하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여기서 발급해주는 임시면허는 한국의 '초보운전' 딱지와 같다고 보면 된다.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이미 정식면허를 허한 상태라는 것.

 

 

실기 20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이 재미있어서 적어본다.

말한 대로, 핸들을 잡는 첫 날부터 도로로 나간다. 조수석에는 선생이 앉아 있고 그 발 아래는 운전석과 같이 3개의 페달이 있다. 온갖 필요한 장치도 함께.

 

1일 차 - 나는 핸들 조작만. 그 외 모든 것은 선생이 한다. 일반 도로를 시속 20으로 달렸다.

2일 차 - 핸들 조작(커브 중심으로)

3일 차 - 액셀+ 브레이크 시작

4일 차 - 클러치 시작+ 변속

5일 차 - 깜빡이 사용 시작

6일 차 - 변속 (빠른 속도에서)

7일 차 - 오르막에서 클러치만으로 차 균형 잡기+ 좌우 살피기

8일 차 - 후진 + 주차

9일 차 - 변속 4단 까지 올라감, 주차

10일 차 - 종합연습

 

이렇게 학생은 하나 씩 신경 쓸 것이 늘어나고, 선생은 반대로 하나씩 손을 놓기 시작한다. 하지만 위급상황에서 조작하는 건 당연히 선생.

식은 땀 줄줄 흐르는 스릴과 서스펜스의 20시간이 끝나면, 선생 판단에 의해 학생에게 주행확인 증명서를 준다.

이 주행증명서와 이론합격증을 가지고 구청에 가면 임시면허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과 정말 다른 것이, 여기는 처음부터 실제 교통흐름 속에서 연습을 한다는 점이다. 정말 심장이 오그라들지만 그만큼 실전감각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 면허는 있어도 실제로 달려본 적 없는 사람 한국에는 많지 않은가?

허나, 정말 큰 단점이 있다면...그것은 바로 면허를 따기 위해 차량구입은 거의 '필수'라는 것!! 가족이 차가 있어서 그걸로 연습한다면 모를까 아니면

얄짤없이 거금을 들여 구입해야만 한다. 아무리 중고차라도 목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돈 없는 사람은 면허도 못 따는 구조다.

 

최소기간 3개월이 지나면 비로소 주행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 시험이 녹록지가 않다. 정말 능숙하게 자연스럽게 운전하지 않으면 탈락이다.

다시 임시면허 신세로 돌아가게 되고, 정식면허는 그림의 떡이 돼버린다.

 

 

 

나는 지금 임시면허를 가지고 있다. 운전대만 잡으면 겁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서 언제 시험을 볼 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일단 많이 달려보고...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니까.

 

 

 

 

 

 

 

Belgiu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