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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여행, 그 후기 및 유용한 정보 몇 가지

Demain les chats 2017. 3. 21. 19:31

 

몸 편하게 여독을 풀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아이슬란드 풍경 속을 달리고 있다. 제한시속 90km의 1번 도로. Skogar를 떠나  Vagnsstadir에 닿기까지의 그 졀경이 유독 뇌리에 남아 있다. 내가 운전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름 한 점 없는 저녁 환한 보름달 아래에 펼쳐진 장엄한 설산들이 한 순간도 입을 다물지 못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km가 넘는 이동거리, 아침부터 계속된 운전과 허기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저녁 무렵 바트나요쿨 언저리를 지나면서 느낀 신선한 감동은 모든 괴로움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여행, 그 후기와 정보 몇 가지를 적어 본다. 비교적 자세히 쓰려 한다. 여행을 계획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 비

 

겨울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단연 비용절감이다. 6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는 렌트카며 숙소며 겨울 시즌과는 확연한 차이로 가격이 올라간다. 가뜩이나 비싼 나라인데 일부러 웃돈(?)까지 내가며 여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총 지출내역은 대략 다음과 같다. (기간: 14일 / 인원: 2명/ 단위: 유로)

- 항공권 600

- 렌트카 및 보험 1500

- 숙박 1200

- 주유 350

- 식료품 및 외식 350

- Ice Cave tour 300

- 미바튼 온천 70

- 기념품 300

 

 

# 시기

 

11~1월의 한겨울은 해가 너무 짧은 반면 2~3월은 낮밤의 발란스가 적당하다. 4월 말부터는 오로라를 보기 어렵다. 주변을 둘러보기에 적당한 낮의 길이와 오로라를 관찰하기에 적당한 밤의 길이가 아주 조화로운 시기가 3월이라 우리는 3월 초중순 2주 동안 여행을 했다.

 

 

 

 

# 관광객 밀도

 

사람 치이는 거 질색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단연 여름 성수기보다 좋은 시기이다. 그러나 비성수기임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 아이슬란드를 찾는다. 비용문제와 오로라 관찰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관광 포인트에는 특히나 중국인 단체객들 바글바글... 겨울에도 이 정도인데 여름 성수기에 들끓는 관광객 숫자를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혀온다.

 

 

 

# 캠핑 vs 숙소

 

캠핑을 하든 숙소를 잡든 자전거 일주를 하지 않는 한 렌트카는 거의 필수나 마찬가지다.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 작은차 + 텐트 = 캠핑

2) 캠핑카 = 캠핑

3) 작은차 + 숙소예약

 

결정하기 전 많은 정보를 뒤져봤다. 원래는 비용절감 목적으로 캠퍼밴(흔히 아는 캠핑카가 아닌 봉고차를 개조해 안에서 숙식 가능하게 만든 차)을 빌리려고 했으나 현지인들의 비추천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유는,

- 겨울에는 캠핑장들이 문을 닫아 샤워 및 화장실 사용이 불가하고 

- 밤 새 난방을 계속 하기에는 연료부족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 자는 동안 김서림으로 차 안이 온통 축축해지며

- 요리도 정말 간단한 것만 되지 뭘 끓이고 삶는 복잡한 것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캠퍼밴 렌트는 가능하지만 이는 장사꾼들 마인드요, 사용자의 편리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에 충분히 공감하여 숙소예약을 시작했다.

호텔은 관심 밖,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예약했고, 호스텔링 멤버십 카드를 신청해서 비회원 가격보다 10%정도 할인 된 가격으로 지낼 수 있었다. 겨울에 캠퍼밴 빌려서 샤워도 못 하고 추위에 떨기 보다는 난방 잘 되는 숙소에서 지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유.의.사.항

호스텔은 두 종류로, 침구가 완비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뉜다. 리셉션에서 이불보 필요하냐?고 물어보지 않는다면 그냥 써도 되는 것이고 이 질문을 받으면 이불이 있다고 막 쓰면 안 되고 이불보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불보에 이불을 끼우는 것은 물론 본인 몫이다. 우리는 침낭을 가져갔기 때문에 이불보 필요하냐는 질문에 당당히 'No'라고 답하고 침낭을 덮고 잤다.

 

 

# 렌트카와 보험

 

겨울 아이슬란드. 차는 4륜구동을 추천한다. 눈길 운전이 잦고, 비포장도로 및 미끄러운 언덕을 오르내리기에 보통차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바튼에서 우리 차는 가뿐히 눈길 언덕을 올라갔지만 뒤따라 오던 2륜구동은 결국 오르지 못 하고 미끄러지길 반복하다가 포기하는 걸 봤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으므로 조금 부담 되더라도 4륜구동을 빌리는 것이 좋다.

 

보험은 도난보험 빼고는 다 드는 것이 좋다. 우리 차도 앞차가 튀긴 돌멩이에 앞유리가 금이 갔지만 보험을 들어 놔서 어떤 추가비용도 내지 않고 잘 마무리 됐다.

 

 

# 주유

 

어디에나 주유소가 있지만 남부지역은 드문드문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투어를 한다면 반드시 Vik에서 주유를 해야 한다. 그 뒤로는 아주 긴 구간 동안 주유소가 거의 없기 때문.

 

 

# 한국과 비슷한 주거 스타일

 

다양한 숙소에서 묵어봤는데 공통된 점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화장실에 배수구가 있다는 점이다. 침실에까지 밖에서 신던 그대로 신고 들어가는 유럽대륙의 미개한(?) 문화에 반감을 가지는 나에게는 참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배수구 하나도 없는 유럽대륙의 이상한(?) 스타일을 싫어하는 나에게 한국처럼 배수구 있는 아이슬란드의 화장실은 좋은 점으로 다가왔다. 숙소마다 달랐지만 온돌처럼 바닥이 따뜻한 곳도 여럿 있었다.

 

 

 

 

# 중궈의 습격

 

놀랐다. 관광객의 절반은 중궈다. 도대체 중국에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그토록 많은 숫자가 아이슬란드로 쏟아져 들어와 있는 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돈 주고 아이슬란드 관광 시켜주나?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 천지다. 그야말로 바글바글.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정말 매너 없고 이상한 중궈들도 많았다. 지들 사진 찍는다고 옆에서 조용히 사진 찍는 나한테 비키라고 손짓을 한다던가, 한 숙소에서는 중궈여자 5명이 아침부터 연어튀김에 이상한 면요리, 삶은 달걀, 토스트, 과일, 커피에 비스킷까지 챙겨먹는 걸 보면서 정말 이기적인 년들이라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요리하라고 있는 주방이니 요리야 할 수 있지만, 도대체 아침 8시부터 호스텔 전체에 역겨운 비린내를 풍겨가며 연어튀김이라니 이게 뭔 상황이냔 말이다. 가뜩이나 좁은 주방에 식기도 별로 없는데 그거 다 꺼내서 쓰고 뒷사람 생각은 안 하고... 화장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중궈만 들어갔다 나오면 사방팔방 물이 흥건하고... 아주 학을 떼겠다 정말.

 

중궈는 대부분이 5~8명으로 무리지어 봉고를 빌려타고 다니거나 더 큰 단체로 대형버스를 타고 다닌다. 만약 호스텔에서 중궈무리들을 본다면 저녁밥은 미리미리 해먹는 게 나을 것이다. 그들은 한 번 요리를 시작하면 많이 하고 오래 하고 뒷사람 배려를 좀체 안 하기 때문!! 얼마나 진상이 많으면 레이캬비크 호스텔에선 중국어로 주방에 경고장까지 붙여놨다.

 

사드효과로 중궈가 발길을 끊어 제주도가 조용하다지? 아이슬란드도 이쯤 되면 사드배치 한 번 검토해야지 싶다.

 

이렇게 써놓으니 내가 무슨 중국혐오 차별주의자 같이 보이는데, 노노노~ 나는 평소에 프랑스인을 더 싫어하지 중국인은 관심 밖인 사람이다. 허나 이번 여행에서 얼마나 중국인에 데였는지 편견 없던 S가 "중국인들 이기적이라고 말만 들었지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성토를 했더랬다. 

 

 

 

# 링로드를 벗어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링로드 일주를 한다. 링로드''따라서 일주를 한다. 그러나 1번 국도를 벗어나면 더 많은, 더 멋진 것을 볼 수 있다. 관광객 없는 날것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링로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이 좋겠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 환상 그 자체, 요쿨살론

 

너무 좋아서 반은 미쳐 있었던 것 같다. 그 황홀경에 취해 연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 태양빛에 반짝이는 빙하조각들은 그야말로 보석이었다.

우리는 이 곳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하루 아침, 저녁 2번, 그 다음날 아침 또 한 번, 이렇게 3번이나 방문했다. 유빙은 움직이는 거라서 위치며 모양이 시시각각 변하고 밀도도 색도 다르고 또 날씨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만 보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다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마음 같아선 아예 거기서 좌판 깔고 1년 살고 싶다. 다른 것을 떠나 요쿨살론 하나만으로도 아이슬란드는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 Ice Cave Tour

 

실망스러웠다. 아름답긴 하다. 그러나 공간이 좁고, 시간이 너무 짧고.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와 저마다 사진 찍느라 바쁘다. 인터넷에 홍보용으로 떠다니는 그런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글바글한 관광객들과 자리싸움을 해야 할 지경이다. 150유로나 내고 볼 가치가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 레이캬비크

 

도시가 뭔가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딘가 못 생기고 부조화가 만연한 그런 인상을 받았다. 군데군데 고풍스런 곳도 있었지만 도시 전체를 묘사하라면 '어글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브뤼셀도 참 어글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레이캬비크는 브뤼셀보다 10배는 더 못 생겼다. 더럽다거나 게토같은 느낌과는 다른 그런 못 생김이다. 천혜의 절경만 보다가 갑자기 도시로 오니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꽃보다 청춘에서 여기를 무슨 동화 속 겨울왕국인 냥 포장을 해놨던데... 더도 덜도 말고 딱 하룻밤만 묵는 것이 이상적이다.

 

 

 

# 오로라

 

절대 큰 기대를 하지 말라. 마음을 비우고 어떤 상황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기다리면 된다. 꼭 보겠다고 조바심부리면 될 것도 안 된다.

 

 

 

 

 

나에겐 첫 방문이었지만 S는 이미 10년 전에 아이슬란드에서 한 달 지낸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매력 있단다. 사람에 치이는 게 싫다거나 나날이 늘어가는 정산요금에 손이 떨리는 사람이라면, 또는 북극권의 눈보라를 느껴보고 싶다면 여름보다 겨울여행을 추천한다. 한번 더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바글거리는 중궈들에 너무 질려서 글쎄다 고민 좀 많이 해봐야겠다.

 

 

2017

 

 

여러분들로부터 연락 접촉시도가 있는 것 같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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