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여행후기 몰아 쓰기 - 체코, 독일, 알바니아

Demain les chats 2017. 9. 29. 05:46


2주 이상 장기 여행의 경우 따로 수첩에 다이어리를 적고 기록을 많이 남기려 하지만, 그 미만의 기간으로 짧게 다녀오는 경우 블로그에 후기조차 잘 안 남기는 편인데 며칠 전 알바니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3월 아이슬란드 이후에 다녀 온 모든 나라들을 한꺼번에 갈무리하려 한다.


6월에 독일-체코를 묶어서 자동차로 캠핑여행을 다녀왔다. 10일 일정으로 반은 독일에서, 나머지 반은 체코에서 지냈다.

그리고 9월, 2주간 알바니아를 여행하고 막 돌아왔다. 



# 체코


수도 프라하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Adrspach-teplice에 갔었는데 일단 프라하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녹지도 많았고 도시디자인, 건물, 분위기도 상당히 예쁘고 좋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체코인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사람과는 별개로 도시는 참 관광하기에 만족스러웠다고 본다.

하지만 관광도시 답게 사람이 너무 많았고 그 중에서도 한국인이 너어무 많아 여기가 대체 한국인지 체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들 똑같은 스타일 똑같은 화장을 하고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획일화 된 그 모습 하나만으로 100미터 밖에서도 반도의 한국인은 티가 난다.


Adrspach-teplice에서는 캠핑을 했는데 단연 체코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해가 지면 조용해지는 독일 캠핑에서와 달리 늦은 밤까지 음악에 바베큐 파티를 벌이는 체코인들. 역시나 체코인들은 별로다.



# 독일


드레스덴을 다녀 왔다. 마틴루터의 고향이자 개신교의 시작점이 되었던 유서 깊은 도시. 독일은 다른 유럽 이웃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대국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 했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니, 화려한 자연경관이 없고 2번의 전쟁가해국이라는 불명예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수시장은 크지만 타국에서 여행오는 사람이 여타 유럽국과 비교해 그다지 많지 않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은 차고 넘치게 많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소도시도 많아서 우리 커플은 굉장히 선호한다. 독일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와 독일인들의 겸손한 행동양식도 내가 이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 알바니아


하아..................이제 막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여독도 안 풀린 상태인데 돌아보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어디 붙어 있는 지도 모르고 이릅도 못 들어본 사람이 더 많을 유럽의 최빈국. 여행 내내 마음이 아팠다. 굶주린 길고양이, 길개들이 쓰레기통 주변을 배회하며 어슬렁거리는 나라. 동물복지는 커녕 사람도 가난하고 눈 돌리는 데마다 쓰레기가 가득한 나라. 유럽에 이토록 빈곤한 나라가 있다는 것에 1차 충격, 미래도 밝지 않다는 것에 2차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왜 이 나라를 여행지로 선택했냐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지난 상반기 아이슬란드 여행에 지출이 엄청났기 때문에 하반기 여행에는 저렴한 나라를 선택해야 했다.


체감상으로는 필리핀 수준으로 가난하다. 그러나 알바니아인들은, 적어도 나이 지긋한 양반들은, 자존감이 강해서 아무리 궁핍해도 구걸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걸인들이 가끔 있긴 했지만 집시이거나 중동 이민자들일 뿐 알바니아 사람들은 최소한 뻥튀기라도 내다 팔면서 어떻게든 스스로 생계를 꾸리려고 한다. 남녀노소 대동단결하여 온국민이 구걸쟁이 사기꾼나 마찬가지였던 모로코와 얼마나 상반된 풍경인지 모른다.


빈곤과 불결 이외에 또 하나의 특징을 꼽자면 이 나라는 무색, 무개성, 정말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마치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만 줄줄이 늘어서 있는 한국의 밋밋한 풍경처럼 정말 개성이라고는 쥐똥만큼도 없다. 오토만 제국의 영향으로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지만 건축물에는 이슬람 양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막 짓다 만 중구난방 건물들만 즐비하다.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남자는 마피아 스타일, 여자는 싸구려 다방여자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러시아 여자들이 대놓고 업소녀 스타일이라면 알바니아 여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싸구려 이미지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노천카페에서 하루종일 커피, 담배를 하며 세월네월 시간을 보낸다. 그나마 악착같이 일하는 건 나이 지긋한 노인들 뿐.


내 현재 심경은 그저 안타까움 그 뿐이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왔다는 기쁨과 만족 이면에 수 없이 많은 길고양이들이 눈에 밟혀 체류 내내 가슴이 쓰렸다.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기억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피곤해서 이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다. 끝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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