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서태지 9집 앨범 & 신해철

Demain les chats 2014. 10. 29. 21:09

 

 

 

참 오래도 기다렸다.

내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유일한 한국 뮤지션 서태지.

역대 최고로 긴 6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깨고 마침내 신곡을 내주셨다.

 

과거 인연과 각종 루머는 내 관심사가 아니니 집어치우고.

난 서태지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본질, 즉 음악에 대해 끄적여보려 한다.

 

간단히 말해 이번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

난 발라드태지보다 락태지 메탈태지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호불호는 어쩔 수 없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너에게, 영원, 이 밤이 깊어가지만, 이번 신곡 소격동 등등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20년 된 팬을 떠나 잘 듣지 않게 된다.

반면 그의 3집을 위시로 4집의 필승, 시대유감, 명반 5집과 6집, 7집의 f.m business, 8집의 Coma등은 내 엠피 밖을 외출해 본 적이 없는 애청곡들.

 

당연히 락태지로 돌아올 줄 알았던 나에게 이 새 앨범은 너무나 생소하고 적응이 안 된다.

편견 없이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서태지의 열린 마음과 능력을 따라가기에 나란 사람은 턱없이 부족한가보다.

딸을 뮤즈로 곡작업을...그래서 대부분이 서정적 몽환적 발라드풍.

하지만 서태지가 딸만을 생각하며 곡작업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크리스말로윈이 그 증거!

벌써 몇 번을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뮤직비디오 시네마 편.

정부를 상징하는 산타의 가식과 억압받는 민초를 나타내는 소녀. 이런 노골적인 정부비판이 가능한 건 그가 서태지이기 때문?

서태지 본인은 '산타는 나쁜 권력자를 나타내며 이를 은유적 가사로 풀었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은유가 아니라 돌직구도 이런 돌직구가 없어 보인다.

교실이데아, 시대유감, 인터넷전쟁, f.m business와 같은 직설적 비판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새 노래는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긴장해 다들 그리고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넌 이제 모두 조심해보는 게 좋아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 걸 베풀지 너에게 아님 말지 뭐 싹 다 뺏겨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잔말들 말고 그냥 쳐 웃어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달콤한 케익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긴장해 다들 그리고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들리는대로 적어 본 가사이다.

그냥 대놓고 정부를 까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 이 가사를 어찌 하리오?

누구나 뒤에서 욕하지만 앞에서는 찌그러진다. 그러나 서태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의 위상과 네임벨류를 영민하게 이용할 줄 안다.

주류에 편승해서 안락함에 취해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사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위치에서도 할 말은 한다.

절망적인 현실을 외면하거나 감추기보다 나서서 비판하고 대항할 줄 아는 능력. 그럼에도 음악성과 인기는 그대로.

이게 바로 서태지 그 이름 석자를 위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내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이 노래의 가사를 뮤비를 토대로 해석해본다면...

 

산타는 권력자(대통령, 정부, 국회)

산타의 보좌관은 국회및 기관지 언론

마녀는 양심적인 진보성향 정치인들(난 이게 노무현 전대통령이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할로윈 마을은 서민층

산타마을은 상류층 기득권층

웃는 얼굴 고정시키는 스프레이는 언론을 통한 여론통제

 

서태지는 '멍청한 국민들아 자꾸 정치인의 혀놀림에 속지 말고 긴장하라'고 경고한다. 거짓공약에 속아 뽑아줘봐야 애초부터 너희 몫 따위는 없으니 꿈 깨라고.

안락함의 노예가 되어 달콤한 케익에 넘어가 헛된 짓거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권력자들은 자기들이 국민들에게 뭐 대단한 걸 해주는 냥 국민들을 위하는 냥

포장하다가 선거 끝나면 그것으로 입 싹 닦으니 알아서 투표 잘 해라 안 그럼 싹 다 빼앗겨 버릴 것이다. 착취당하기 싫다면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널 위한 기적(국민들이 대접받는 올바른 사회)이 빨리 대한민국에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어린아이의 입을 빌려 주문처럼 속삭인다.

 

40대가 되고 아빠가 되면서 사회의식도 진일보하는 모습이다.

나도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 사회를 알면 알수록 소신있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닫고 있는데

그는 부와 명성, 평판 등등 잃을 것이 분명 많은 사람임에도 개의치 않고 자기 생각을 온전히 음악에 담아내는 모습이 감동을 느끼게 한다.

부디 이 감을 잃지 않기를,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서 좋은 음악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 인생의 일부분인 대장!

 

 

 

그리고...

 

서태지 음악 만큼 자주 들었고 감동을 받았던 것이 신해철의 음악인데...'아주 가끔은'을 정말 좋아했었지...

하아...음악인으로서의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영면하소서.

 

 

 

 

 

                                                                                                                                                                                    벨기에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