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독일 민항기 자살비행을 보며

Demain les chats 2015. 3. 28. 06:13

 

 

 

끔찍한 사고다.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던 비행기가 최악의 무기로 전락해버린 광경을 우린 목격했다.

149명, 그야말로 무고한 생명들을 무더기로 앗아가버린 어린 부기장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고의로 산등성이를 들이받았고 그들의 삶은 그렇게 한 순간에 스러져 버렸다.

 

사랑하는 내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한다고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허나, 이런 찰나의 죽음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매일 같은 삶의 연장선이지만 문득문득 마음을 조여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실로 거대하다.

자주, 아주 자주 나는 내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지 그 모습을 상상한다.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상상의 범위는 아무 차량과의 예기치 못한 충돌로 발전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 자살비행의 희생자들은 최후의 순간에서야 그들이 맞이할 운명을 알아차렸다 한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바로 충돌, 그들 모두는 즉사했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끝이라는 순간을 맞는다.

나의 끝. 어떤 형태로 어디에서 끝이 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편안히 그 순간을 지났으면 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자살 하강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S와 함께 죽음을 맞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식도 없다. 목 놓아 울어줄 친구도 가족도 몇 되지 않는다.

혼탁한 세상, 사랑하는 반쪽과 미련 없이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 그래 잔인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언젠가 죽게 될 운명, 나는 고통 없이 가고 싶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의롭지 않게 이 사고를 바라보는 이유다.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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