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Superstitions

Demain les chats 2015. 1. 23. 03:13

 

 

 

젊은 시절엔 누구나 패기 넘치고 치기도 있고 배짱도 있기 마련이다.

난 늙어가고는 있지만 아직 많이 젊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이다.

그러나 역시 대담함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게 되면서 나에겐 전에 없던 작은 버릇이 생겼다.

 

미신.

 

예전같으면 4나 13 따위 숫자에 전혀 신경을 안 썼을텐데 지금은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그릇에 밥을 담을 때 한 숟갈, 두 숟갈, 세 숫갈... 세 숟갈로 끝이 나지 않을 경우엔 네 숟갈, 다섯 숟갈... 여섯 숟갈에서 끝나는 것이 싫어 기어이 일곱

숟갈을 만들어 낸다. 국을 담을 때도 마찬가지. 음식을 할 때 칼질하는 횟수를 세는 버릇이 있어 이 때도 4나 6으로 끝내는 걸 꺼린다.

상을 차릴 때 각자의 그릇 밑에 까는 대나무발이 있는데 이게 색이 있어서 내 자리엔 주로 주황색을, 그의 자리엔 초록색을 깔곤 한다. 공식은 아니지만

이게 익숙해서 왠지 초록색은 그의 자리에 놓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인 거다. 무심코 색을 바꾸려다가 아차! 싶을 때가 있는데 혹시나 나에게 닥쳐올 불행을

그가 뒤집어쓸까봐 하는 마음에서다.

나는 불행에 익숙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나는 단련되어 있지만 그는 여리다. 누군가가 겪어야만 한다면 그것은 나지 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마음과 몸, 혼신을 다 바쳐 사랑하는 내 반쪽. 그와의 삶이 더 없이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행복이 깨어질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혹시나 만약의 경우라도 나의 무심한 행동 하나에 그가 해를 입지 않도록, 그리고 그 행동으로 내가 죄책감을 느끼다 미쳐버리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한낱

쓸데 없는 미신따위를 신경쓰고 또 조심한다. 무의미한 걸 알면서도 나는 조심한다.

 

 

 

 

 

세상 어느 구석에서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