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새로 생긴 습관

Demain les chats 2016. 6. 21. 05:56



이 사람 많고 복잡한 세상엔 각종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 시각 이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누군가는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원한과 이해관계에 얽힌 의도적인 사건과는 별개로 무고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도 많다.

언제나 인지하고 있는 일이지만 진지하게 내면화를 거쳐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지난 3월, 벨기에에서는 테러사건이 있었다.

그 전에 작년 11월 프랑스에서, 그 훨씬 전에는 다른 나라의 다른 도시, 미국의 9.11 등, 사건은 많았다.

그러나 멀리서 일어난 일을 뉴스로 전해듣는 것과 내 집 안방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는 것은 사건의 무게감 자체가 다르게 다가온다.

 

'나도 허망하게 떠날 수 있겠구나'


일상의 연속에서 어느날 불현듯 뉴스에서만 보던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과 공포가 증폭된다.

인생사 한 치 앞도 모르는 거야. 내가 저리 될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안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나를 마치 죽음을 앞두고 신변정리를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로 밀어넣었다.


나는 설거지를 저녁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물이 아깝기도 하고, 한 번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속옷도 구멍 난 것을 버리기 아까워 종종 꺼내 입곤 한다.


그러나 의식의 내면화를 거친 이후에는 달라졌다.

외출 전에 되도록이면 설거지를 해서 싱크대를 비워 놓는다.

속옷도 구멍 없는 깔끔한 녀석으로만 입는다.

가까운 수퍼를 가더라도 집에서 입던 그대로 나가지 않고 단정하게 바꿔입는다.


언제 어디서 변을 당할 지 모르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억에 하나, 억울하게 사고를 당하더라도 후줄근한 차림과 정리 안 된 집을 마지막 모습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긴장과 불안으로 점철된 2016년을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Bel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