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과테말라 여행 후기 및 정보 몇 가지

Demain les chats 2016. 3. 22. 06:49

 

 

일본친구가 잠시 체류하고 있어 그 아이를 볼 겸 결정했던 행선지 과테말라. 내가 살면서 이 나라에 갈 것이라고 상상한 적도 없는 그런 나라인데 결과는 만족이다. 흔한 여행지가 아니기에 정보공유 차원에서 글을 올려본다.

 

 

1. 치안문제

모든 가이드북에서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중미지역. 나도 비행기 티켓을 사놓고 취소를 할까 생각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여행을 잘 하고 왔다. 현지인들은 순박하기 이를 데 없고 친절했다.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되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경계심만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고 본다. 근데 이건 만국 공통 아니던가? 어차피 과테말라는 몇몇 관광지를 제외하곤 교통이나 관광인프라가 발달된 나라가 아니라서 다들 가는 곳만 가게 되어 있다. 외국인이 많은 안티구아나 플로레스, 파나하첼 같은 곳은 밤에 돌아다녀도 전혀 문제 없을 만큼 안전하지만 다른 소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범죄천국 과테말라시티에서는 경계심 장착은 필수.

 

2. 고수 범벅

이 나라는 거의 모든 음식에 고수를 넣는다. 조금도 아니고 한 그릇에 한 다발을 다 넣는다 해도 될 만큼 고수를 무지막지 넣는다. 고수 싫어하는 나한테는 지옥 그 자체. 그러나 의외로 평소 싫어하던 나는 인내하고 잘 받아들였는데, 평소 거부감 없이 잘 먹던 S는 배탈이 날 만큼 이 고수폭탄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과테 음식 보다는 일식, 한식, 이태리식 등을 먹으며 속을 달랬더랬다.

고수 싫어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과테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주문할 때 "sin cilantro por favor [신 실란트로 뽀르 파보르] : 고수 빼주세요" 라고 말하면 된다.

참고하시길.

 

 

3. 여행사, 발품을 팔아라

여기에선 여행자 스스로 뭘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어디 트레킹을 하고 싶어도 꼭 여행사를 통해야만 할 정도로 내부 네트워크가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 신청을 하고 돈을 내면 픽업차량이 호텔 앞까지 와서 데려가고 활동이 끝나면 다시 데려다 놓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여행사, 운수업자 모두 자잘한 소규모이고 가격도 서비스도 제각각이다. 최적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러 군데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그냥 사진 걸어놓고 '여행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인증 여행사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사무실 어딘가에 'INGUAT' 이라고 써 있는 증명서를 걸어놓았는 지 꼭 살피고, 없다면 그냥 나와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최소한 사기피해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증된 기관들이 일을 제대로 하느냐는 또 아니다. 일률적인 서비스 자체가 없고 그저 각각의 여행사 상담사, 셔틀 운전수, 가이드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기에 그냥 운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다는 아니지만 여행사 종사자들은 다분히 개양아치 사기꾼 기질이 있어서 현란한 말로 현지물정 모르는 외국인을 현혹하고 위협 비슷하게까지 하는데 그런 행동에 속아넘어가면 절대 안 되고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또 하나, 많은 가게들이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 여행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용무가 있다면 토요일까지 해결하는 게 나을 것.

 

 

4. 치킨버스

예전에는 버스를 통째로 납치해 강도짓에 살인까지 하는 일이 흔했다(?)는데... 체류 3주 동안 치킨버스를 자주 이용했는데도 그 어떤 위험요소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착하고 버스요금은 정말 싸다. 굳이 위험요소라면 곡예운전 정도가 될까? 차를 타면 오라이맨이 사람들의 짐을 받아 버스지붕의 난간만 간신히 있는 화물칸(?)에 아슬아슬 얹어놓는데 특별히 고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얹어만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고서 마치 곡예하듯이 운전하는데 코너를 돌 때마다 우리 배낭 떨어질까 심장이 조마조마... 3시간을 그렇게 미친듯 달리고 다행히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해 배낭을 넘겨받았을 때는 안도감에 눈물이...ㅋ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단은 크게 여행자 전용 셔틀버스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치킨버스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장소마다 수요와 공급이 달라서 어디서는 셔틀이 더 유용하고 다른 곳에서는 치킨버스가 훨씬 합리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안티구아-파나하첼 노선은 치킨보다는 셔틀이 편리하다. 치킨으로는 여러 번 갈아타는 수고를 해야하기에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케찰테낭고-안티구아 노선은 오히려 치킨이 합리적이다. 셔틀은 하루 2대 뿐인데 치킨은 수시로 다니고 가격도 4분의 1에 불과하니 치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티구아-플로레스 노선은 비싸도 무조건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치킨으로 도달하려면 7~8번의 갈아타기 및 스트레스+피곤함+불안함은 덤이거든!

 

 

5. 독자행동은 삼가라

여행사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여행사가 싫어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독자행동을 하면 위험요소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케찰테낭고에서 가까운 화산을 오르려고 관광안내소와 현지인들에게 가는 경로를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여행사를 이용해라'였다. 그들이 여행사와 무슨 직접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말한다. 외국인 커플이 가이드도 없이 산에 오르는 것은 '나 잡아 잡숴'와 같은 행위라는 것이다. 이정표도 없는 산에서 길 잃기 십상이고 강도들의 표적이 되기는 더욱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류장도 노선도 표기도 없고 뭐 하나 확실하지 않은 나라인데 돈 좀 아끼겠다고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독자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니까.

 

 

6. 노숙개들의 나라

고양이 성애자인 나에게는 치명적인 나라이다. 유기견들은 넘쳐난다. 더불어 개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주 간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고양이가 없어서.

 

 

7. 마야유적지 티칼

누구는 여기를 꼭 가봐야 한다고 흥분하며 강조하던데 평소 유적지나 박물관에 별로 흥미 없는 나에게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곳이었다. 나는 대자연의 장대함에는 압도당하지만 인간이 만든 물건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 그것이 아무리 오래된 유적일지라도.

 

그리고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는 가이드 없이 독자적으로 다녔다. 가이드가 붙으면 아무래도 자유가 없어지고 내 맘대로 원하는 걸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각 건물에 대한 설명은 안내책자나 다른 경로로도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다. 티칼에 왕복하는 차량편만 여행사를 이용하고 도착한 이후에는 가이드 없이 다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결론은 본인들 스타일대로 하라는 것!

 

 

 

풍문에 들은 것처럼 위험한 나라라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과테말라시티에 안 머물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전체적으로 순박하고 친절하다는 느낌이다. 나라는 가난하고 공중위생 열악하지만 이보다 더한 나라들도 있고 그런 점들에 불편해 할 사람같으면 여행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우리도 전후 가난하고 거친 환경을 거쳐 지금의 한국이 되었으니 당신 눈에 '미개해'보이는 그들일지라도 지금 그들이 처한 정치,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더 풍성한 경험을 안고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2016 세상 어느 구석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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