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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여행 에필로그(부제-야 이 염병할 세끼들아 비자ㅆ 3대가 망해라 퉤퉤)

Demain les chats 2019. 10. 7. 05:00

총 23일 일정으로 볼리비아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여행 굉장히 피곤했다. 3년 전 과테말라 여행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맛을 조금 봤었는데, 그것이 순한 맛이라면 볼리비아는 진한 맛 버젼이다. 귀국 5일 전에 소화불량으로 배탈이 나서 남은 일정을 모두 망쳐버렸고 우유니 사막과 라스 촐리타스 여자 레슬링은 한참 기대에 못 미쳤다. 그리고 비자...이 썅놈의 새끼들 늬들 가족 친척까지 3대가 망해라 내가 저주 인형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온갖 악귀는 다 씌워버릴거야!!!!!!

 

# 살 빼고 싶어? 그럼 볼리비아 여행 추천

이 나라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니, 사방천지 먹을 거다. 그러나 위생 어쩔건데? 개나 소나 길거리에 좌판 깔고 온갖 것들을 다 내다 판다. 규제나 단속이 있을 리 만무하고 위생상태는... 설사파티가 하고 싶어 죽겠으면 마음대로 사 드셔라. 그게 아니면 길거리 음식은 쳐다도 보지 말 것. 노점이 아니라면 먹을 거라곤 8할이 닭튀김과 감자튀김 뿐이다. 감자가 몇 십 종류가 넘는다면서요 왜 음식 개발을 안 하심? 튀기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볼리비아. 먹을만 한 게 없으니 의도치 않게 살이 쏘옥 빠져서 돌아왔다.

 

# 치안은 괜찮아요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온순하고 특별히 친절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국인에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소시민들. 딱 한 번 라파스 엘 알토에서 당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시장통을 한참 지나던 때 누군가 내 옷에 침을 뱉었다. 내가 당황하는 틈을 타서 소매치기를 할 작정이었는데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몇 발 앞서 가던 S가 바로 달려와 대응한 탓에 주변에 있던 거지새끼 무리들은 알아서 흩어졌다. 더러운 기억 고마워요~ 내 카메라 쌔벼가려고 했는데 실패했네? 다음엔 꼭 성공하길~

 

# 우유니 사막

기대 이하였다. 수평선에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벌판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거리감이 안 느껴질 거라던 말은 하나도 안 와닿았다. 뭔가 초자연적인 공간을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냥 하얀 평원 그 뿐이었다. 음 우유니 사막이구나 하고 끝. 내 눈으로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 최고였던 라구나 투어

투피사에서 출발해 우유니에서 끝나는 3박4일 투어를 했는데, 하이라이트는 우유니 사막이 아니라 둘째 날의 라구나 투어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과 화산들, 그 초현실적인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다. 카메라가 왜 사각형인지 원망이 들 정도다. 내가 보는 풍경을 다 담기에는 카메라가 한없이 초라하다. 360도 전체를 다 봐야 하는데 뷰파인더는 고작 한 면도 못 담는다. 이 장엄한 대자연은 그저 내 눈으로 담아서 기억에 오래동안 저장할 밖에 도리가 없다. 황홀 그 자체였던 라구나와 주변 풍광들 잊지 못 하겠다.

 

# 기념품은 수크레에서 사세요

우리는 수크레로 도착해서 라파스에서 끝나는 일정이라 일부러 여행 초기에 쇼핑을 거의 안 하고 라파스에서 하려고 미뤄놨었는데 막상 라파스에 오니 사고싶은 게 없어서 후회를 많이 했다. 수크레에 내가 원하는 아이템들이 더 많았고 가격도 더 쌌던 것 같다. 그나마 수크레에서 지갑이랑 모자를 사 놔서 다행이다. 라파스는 여러모로 수크레보다 별로다.

 

# 우리가 했던 투어들 몇 교통 가격 알려드림

수크레 출발 포토시 도착 미니버스 - 인당 30볼

포토시 출발 투피사 도착 미니버스 - 인당 70볼

투피사 출발 우유니 도착 3박 4일 투어- 인당 1200볼

우유니 출발 아타카마 도착 버스- 인당 180볼

아타카마 달의 계곡 투어 - 인당 ?

아타카마 Cerro Toco화산 트레킹 - 인당 ?

아타카마-깔라마 편도 버스 - 인당 60페소

깔라마 출발 우유니 경유, 라파스 도착 버스 -인당 14000페소

Pico Austria 트레킹 - 인당 350볼

 

 

# 망할놈의 비자

남미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국가 볼리비아. 비자 문제에 관해서는 여행 전 수십 개의 블로그를 뒤져봐서 그 악명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일단 말하면 나는 최악의 경우는 아니었다고 본다. 하하하...

금요일 아침에 첫 차로 아타카마에서 깔라마로 갔다. 비자 내놔라 하기도 전에 영사관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칠레에서 머시기 국군의 날? 행사 같은 게 있어서 3일 째 대대적인 파티 중이란다. 그래. 이대로 갈 수는 없으니 근처 피씨방에 들러서 비자신청서를 작성한다. 두 번째 비자는 간단하네 어쩌네 그러더니만 첫 번째와 똑같이 온갖 서류를 다 요구한다. 차이점 1도 없다. 개피곤해 ㅅㅂ 힘들게 업로드 마치고 프린트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또 첫차를 타고 영사관에 도착했다. 오늘은 1시 차로 볼리비아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비자 내놔라 하는데 비자 발급을 안 한단다. 수요일에만 비자발급 한대...뭔 개같은 소리야? 일주일에 하루만 비자발급 한다고? 아 씨발 또 헛걸음 했잖아 그럼 대문에 써놓든가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일찍 온 사람만 바보 만들고 아 개썅놈들 일처리 진짜...

영산지 뭔지 아무튼 사무실에 있는 놈이 비자발급은 국경검문소에서 하니까 거기 가면 된대. 비자신청서 있으면 되니까 잘 될거라며...

그래 버스 타고 국경 도착. 칠레 쪽에서 빠져나와서 볼리비아 쪽 대기중. 오랜 기다림 끝에 사무실 문이 열리고 사람들 하나둘 통과. 드디어 내 차례. 서류 내미니까 슥 보더니 이상한 종이 하나 주면서 다 체크하래. 그 종이에 있는 목록대로 갖고 왔거든? 비자 내놔. 황열병 백신 복사본이 없어서 안된대. 통과 못 하니까 칠레 쪽으로 되돌아가래. 어??????? 뭐라고 씨발롬아? 다시 말해봐. 복사본이 없어서 되돌아 가야 된다고? 나는 미동도 안 하고 비자 내놔라 버티고 섰고, 스페인어 유창한 S는 초흥분 노발대발 하며 원본이 있는데 복사본이 중요하냐 따지고 들고 암튼 대환장 파티...다른 사람들 다 통과했는데 우리만 덩그러니 남았고 주위 승객들이 이래저래 조언을 해줘서 암튼 강압적으로 굴던 그 새끼 따라서 다른 사무실로 이동. 또 다른 놈은 어떤 종이 하나를 내밀더니 작성하라 하고...뭐야 똑같은 정보를 도대체 몇 번을 적어야 하는 거야? 아 썅 후진국 새끼들 일처리 주먹구구식 토나온다 진짜. 비자신청서 작성하면서 올린 정보를 또 한 번 더 쓰라고? 그거 쓰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니들이 그 사이트 접속해서 보면 내가 올린 정보 다 자세하게 나올텐데 사이트는 폼이냐 거지새끼들아? 아 존나 열받어 후진국이 괜히 후진국이 아니야 사람 돌아버리게 할라고 작정을 했나 뭐 병신같은 것들이 지들이 일 못 하는 건 생각 안 하고 복사본 타령이나 하고 앉았고 ㅅㅂ... 똥개훈련도 정도껏 해야지 염병할 세끼들아.

그렇게 또 같은 정보를 또 한 번 작성하게 하고 비자발급 비용으로 120달러 뜯어갔다. 순 날강도같은 놈들 일도 못 하면서 돈만 뜯어가...

 

 

 

자 이건 늬들을 위한 저주인형이다. 3대가 망해라. 폐렴으로 뒤지고 차량 전복 사고나서 뒤지고 암 걸려 뒤지고 다 해먹어. 3대를 멸해도 시원치 않아. 거지깽깽이같은 것들이 사람을 아주 환장하게 만들었다 이거지? 비자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생각하면 3대가 아니라 6대를 멸해야돼. 저주걸려 뒈지기 싫으면 일을 똑바로 하든가?!!

 

# 인생에 딱 한 번

한 번으로 족하다. 볼리비아 여행은 장엄한 대자연과 조잡하기 짝이 없는 인간 생활방식의 극명한 대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너무 피곤하고 먹을만 한 것이 없어서 굶주리고 매연에 찌들어 폐는 다 썩어가는 느낌이 들고 여행 내내 릴랙스 한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한 노동이 필요한 여행이다. 색다르고 흥미롭고 피곤했다. 다시 가겠냐 묻는다면 글쎄요...아니오. 인생에 딱 한 번이면 됩니다. 저희는 됐어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게요. Enjoy the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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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종료 1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다시 글을 읽어봤더니 그 때의 고단함과 분노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당시에는 정말 거의 모든 상황이 피곤했고 벅찼다. 우유니 지역의 돌연한 지역봉쇄로 미리 예약해둔 호텔을 취소하고 사막투어 일정변경을 하는 수고를 해야했고, 길거리 음식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저녁식사 시간만 기다리던 그 배고픔, 원인 모를 배탈과 소화불량으로 3일을 금식하며 장기를 비워야 했던 아픔, 소화불량 후유증으로 찾아온 목감기로 기도가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가래를 쉴 새 없이 뱉어대던 마지막 날들, 그리고 칠레 아타카마에 갔다가 볼리비아로 다시 돌아오는 입국비자 그 처절한 스트레스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저주를 퍼부었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에 그리 했으리라 생각한다. 저주는 거둬들인다. 우리가 귀국하고 한 달 정도 후에 에보 모랄레스 당시 대통령을 향한 쿠데타가 일어났고 나라는 혼돈의 패닉에 빠졌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한층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되돌아보건데, 이 여행은 고단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거친 대자연 그 위대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 황홀경이었던 라구나 투어와 정신없이 쏟아지던 우유니 밤하늘의 은하수는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만든다. 당분간은 여행이고 뭐고 안갯속이지만 언젠가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볼리비아에 갈 기회가 있다면 주저 않고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