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스위스 캠핑 여행 + 이태리 친퀘테레, 프랑스 샤모니, 독일 로텐부르크

Demain les chats 2020. 8. 25. 22:14

원래는 오스트리아를 가려고 했었다. 3년 째 미뤄지고 있는 오스트리아 캠핑여행을 올해는 꼭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오스트리아 일부지역은 레드존으로 지정되었고, 캠핑장 대부분이 평소 인원보다 적게 그것도 예약을 받는 형태로 전환하면서 만석이 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길바닥에서 자야된다.

그래?! 그렇다면 6년 전에 가려다 못 간 스위스를 이번에 가보자!로 생각을 바꾸었고 착실하게 정보를 모으고 오려붙여 대략의 일정을 완성, 떠났고, 즐겼고, 무사히 돌아왔다. 두드리면 열린다. 해답은 찾기 마련이다.

 

날씨도 완벽하게 우리 편이어서 비로 고생하거나 작년 스페인에서처럼 폭염에 트레킹 하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일도 없었다. 들판을 뛰어노는 고양이도 많이 만났고 맛있는 디저트도 다양하게 음미했다.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의 여행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마스크도 필요하고 거리두기도 해야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것마저 일상으로 자리잡아 그냥 생활의 일부인가보다 하면서 지냈다. 특히나 대자연 속에서의 캠핑-트레킹 여행은 오픈된 공간에서 드문드문 자기 무리끼리 생활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에서 이점이 많다. 3월부터 시작된 감금아닌 감금 생활에 심신이 지쳐 좀비마냥 살다가 멋진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볕을 쬐고 빙하수로 목을 축이고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온 몸으로 느끼고나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벨기에에서 출발해 중간지점으로 독일 로텐부르크에 머물렀고, 바로 스위스 루체른으로 들어가서 인터라켄, 체르마트까지 스위스에서 총 2주를 보냈다. 그 후 비 예보가 있어 이를 피하려고 이태리로 내려가 친퀘테레에서 3박, 프랑스로 올라와 샤모니에서 2박, 벨기에로 돌아오기 위한 중간지점으로 다시 독일 로텐부르크에 하룻밤을 머물러 총 여행기간은 3주로 마무리됐다. 통상 캠핑을 하더라도 일부 며칠은 호텔에서 묵는 것이 암묵적 룰이었는데 이번엔 3주 내내 오로지 캠핑장에서만 생활했다. 사람이 붐비는 호텔이나 외식은 심리적으로 꺼림칙해서 받아들이기가 힘든 탓이었다.

유럽국가들 감염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니 언제 또 국경이 통제될 지 모른다... 코로나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슬아슬 조마조마 했지만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건 내가 믿는 고양이신의 은총 덕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