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iary 끄적임

심히 당황스럽다

Demain les chats 2021. 3. 17. 08:46

상처라는 건 처음엔 아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뎌지고 나아지고 결국엔 회복된다.

적어도 몸에 난 상처는 그러하다. 자국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가 않네.

나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생각대로라면 벌써 애저녁에 무뎌지고 잊혀지고 회복되어져야 할 상처들이 왜 아직도 이리 선명한 걸까.

너무나 당황스럽다.

 

상처가 크기가 너무 크고 깊어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그대로 썩어문드러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나는 그걸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소독약을 뿌리고 대충 거즈로 빙빙 감아서 적당히 괜찮은 척을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만큼 썩어버린 살점들은 도려낼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도려내는 작업? 

그건 온전히 내 몫이고 그 과정에서 느껴야 할 고통과 쇼크도 물론 내 몫.

내가 내 손에 메스를 쥐고 내 살점을 도려내야 하는 기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

온갖 곳이 다 썩어서 도려내다 보면 결국엔 온몸을 난도질 해야 하는데

가해자들은 나몰라라 에헤라디야.

도려내고 도려내다가 그 고통에 지치면 그대로 쓰러져 죽겠지.

이런 상처를 n년동안 아낌없이 퍼부어 준 그대들에게 치얼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3월의 어느 날